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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공허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한 나아가고 정적(靜寂)을 일심으로 지키면,
만물이 일제히 번성한다.
나는 그 만물들이 어디로 되돌아가는지 찬찬히 바라본다.
만물은 아무리 무성하더라도 각기 그 뿌리로 되돌아 간다.
뿌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정적이라 하고,
이것을 천명(天命)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천명대로 돌아가는 것을 '상(常)'이라 하고,
'상'을 아는 것을 '명찰(明察)'이라고 한다.
'상'을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행동하면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상'을 아는 사람은 그 마음이 천지와 같이 커서 만물을 포용할 수 있다.
만물을 어느 것이나 다 포용함은 곧 공평한 것이다.
공평하면 그것이 곧 왕도(王道)이며,
왕도는 곧 하늘의 법칙이다.
하늘의 법칙이 곧 '도(道)'인 것이다.
'도'는 영원하다.
따라서 이 도를 지닌 사람도 영원하다.
죽을 때까지 위태함이 없을 것이다.
17
가장 훌륭한 군주는 백성들이 다만 임금이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 다음가는 군주는 백성들이 그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그를 칭찬한다.
그 다음가는 군주는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꺼린다.
그 다음의 가장 나쁜 군주는 백성들이 그를 업신여긴다.
군주에게 믿음성이 부족하면 백성들이 그를 믿지 않는다.
군주가 조심하여 그 말을 중히 여기면,
공(功)을 이루고 일을 성취하여도 백성들은 알지 못하고
"그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18
큰 도(大道)가 없어지자 인(仁)이니
의(義)니 하는 것이 있게 되고,
인간에게 지혜라는 것이 생기자 큰 거짓(大僞)이 있게 되었다.
육친(六親)이 화목하지 않을 때 효자가 있게 되고,
국가가 혼란할 때 충신이 있게 된다.
19
영민한 재주를 없애고 지혜를 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이 백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인(仁)을 없애고 의(義)를
버리면
백성들이 효도하고 자애하는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교(技巧)를 없애고 이익을 버리면 도둑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즉
성지(聖智)•인의(仁義)•교리(巧利)를 아주 끊어 버리는 일을 단행했을 때
생활이 너무나 단순하고 장식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부속품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즉 흰 비단을 입힌 통나무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이기심과 욕망이 적어질 것이다.
20
학문을 없애 버리면 근심이 사라질 것이다.
'예!'하고 정중하게 응대하는 것과
'응!'하고 오만하게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선과 악의 거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남이 두려워 피하는 일은 나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 얼마나 진리로부터 먼 일이냐.
그 거리가 아득히 멀어서 가이없구나!
세상 여러 사람들은 기뻐 웃으면서 소나 양의 맛있는 고기를 즐기는
듯하고,
봄 동산에 올라 조망(眺望)을 즐기는 듯 하건만,
나만은 홀로 휑하니 빈 가슴으로 평안하고 고요하게 있다.
세속적인 욕망은 낌새조차 보이지 않으니
마치 아직 웃을 줄 모르는 갓난 아이와 같다.
나른하고 고달퍼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과도 같다.
사람들은 모두 세속적인 욕망에 의욕이 넘치고 있건만,
나만은 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내 마음은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인가?
아무런 분별도 분석도 하는 바 없이 흐리멍덩하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똑똑하고 분명하기만 한데,
나는 홀로 흐리고 어둡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은 사리에 밝고 빈틈없이 살필 줄 아는데,
나만은 홀로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기만 하다.
대해(大海)처럼 동요하고 질풍(疾風)에 날려 머물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세상 사람들은 다 쓸모가 있건만
나만은 홀로 완고하여 촌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내게는 다른 사람들과 틀린 점이 있다.
그것은 어머니의 젖으로 길러져 그것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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